<편지 속 새겨진 당신을 향한 진심, 하지만 진실은 아직 숨어 있다!>

미술관 관람을 온 소윤은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는 유찬을 우연히 만난다. 그의 친절한 모습은 소윤의 여린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고 소윤은 그와 함께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 행복의 끝자락은 아무도 모르게 천천히 그을려가고 있었다. 유찬은 소윤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들을 하나둘씩 하기 시작하지만, 소윤은 그저 묵묵히 그를 따른다. 그러던 어느 날, 피 묻은 흰 블라우스를 입고 방 한가운데 앉아 있는 소윤은 유찬을 떠올리며 편지를 하나씩 집어 드는데….

[본문 발췌]

「결혼하자.」
저는 마시고 있던 커피를 멈추고, 눈을 크게 뜨고 당신을 바라보았어요. 당신은 말했어요.
「나도 이른 건 알지만, 이제 시간이 없어.」
당신의 말을 듣고 저는 입술을 꼭 깨물었어요.
저는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어요. 창문 밖 하늘에는 한 쌍의 새가 짝을 맞추어 날고 있었어요. 저들은 결혼을 했을까요? 그리고 눈을 내려 땅을 보았어요. 산부인과 건물 입구 바로 앞에서 앳되어 보이는 여자가 행복한 표정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어요. 그녀는 결혼을 했을까요? 저는 생각했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앞에 있는 창문을 바라보았어요. 저는 결혼을 할 수 있을까요? 창문에 옅게 비친 제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어요.

- ‘그을린 편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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